돈과 물가의 관계


돈과 관련이 깊은 경제변수로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물가입니다. 물가 및 물가지수는 다양한 재화 가격의 평균치를 구함으로써 산출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개의 재화 가격으로부터 물가가 결정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결론 내려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물가를 산출하는 순서와 결정이론이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체온계의 원리가 체온을 결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판매하는 쪽에서 개별 재화의 가격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것은 다른 가격과의 상대적인 관계입니다.


즉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는 O사보다 가격을 얼마나 더 높거나 낮게 책정할 것인가, 똔느 원자재비 및 임금과 비교했을 때 얼마에 판매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가 하는 점 등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개별 가격에 주목했을 때 알 수 있는 것은 다양한 물건들의 가격 관계 일 뿐, 그것이 곧 물가의 ‘수준’은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물가란 무엇일까요?


한 가구가 1년동안 평균적으로 생활할 때 요구되는 지출액이 곧 물가입니다. 다시 말하면 ’1년동안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들의 가격'이 물가인 것 입니다. 다시 말하면 “물가가 3000만원에서 3100만원이 됐다.”고 하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물가는 기준이 되는 해의 물가에 대한 비율로 표시됩니다.


예를 들어 2016년에 일정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3000만원의 돈이 필요했는데 2017년에는 2850만원으로 충분하다면, 2016년 시점을 100으로 보고 2017년의 물가지수를 95라고 나타냅니다. 물가라는 것이 ‘어떤 재화의 가격’이 아니라 ‘어떤 재화를 사는데 필요한 금액’이라는 점을 이해하면 돈과 물가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알수 있습니다. 돈과 물가의 관계를 생각하기 전에 가령 1달러의 가치가 얼마인지 생각해봅시다. 1달러의 가치는 2017년 2월 현재 1158원 정도입니다. 이를 대부분의 사람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대답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1원의가치는 얼마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질문에는 대답을 못하고 어리둥절해합니다만 1달러의 가치가 1158원이라면 1원의 가치는 1158분의 1달러입니다. 정말 간단한 대답이 아닐수없습니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통화의 가치를 생각 할 때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화페의 세 기능 가운데 하나인 ‘가치 척도’의 기능 때문인듯 합니다. ‘원’이 가치 단위이므로 그 자체의 가치가 얼마인지 물어보면 어리둥절한 것입니다. 예컨대 “1센티미터는 몇 센티미터인가?”하는 질문을 받을 때와 같은 어색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색함은 결정적으로 환율 표기법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환율은 대개 외화를 원화로 환산해 표기하는 원화 기준 표기범을 따릅니다. 즉 ‘외국 화페 1단위 = 00원’으로 표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환율표를 보면서도 1원의 가치가 1158분의 1달러라는 사실을 모르기 쉽습니다.

가치 척도 자체의 가치를 따지는 것은 러셀의 패러독스를 떠올리게 하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 입니다.


이어서 1달러의 가치는 1158원, 1원의 가치는 1/1158달러라는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물가란 무엇인지 생각해봅시다. 중요한 점은 A의 가치가 B와의 환산비로 표시되고, 분자와 분모를 거꾸로하면 B의 가치를 A로 표시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잠깐 환산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귤 1개 = 100원’이라면 ‘1원=귤 1/100개’가 됩니다. 달러와 원화의 가치를 생각할 때와 똑같은 방식입니다. 그러면 ‘1년 동안의 표준적인 생활=3000만원’이라면 ‘1원=1년동안의 표준적인 생활 * 1/3000만’이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가의 정의가 분명해지면 화폐 가치란 물가의 역수, 다시 거꾸로 말해 물가란 화폐가치의 역수라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 러셀의 패러독스 : 영국의 수학자 B.러셀이 1901년에 발견한 집합론의 패러독스입니다.러셀의 역리()라고도 합니다. 자기 자신에 속하지 않는 집합, 즉 자기 자신의 원소가 되지 않는 집합들의 집합인 Z={x l x¢Z}에서, “Z는 자기 자신에 속하는가, 또는 속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만일 Z가 Z에 속하지 않는다면 Z의 정의에 따라 Z는 자기 자신에 속합니다. 또 Z가 Z에 속한다고 하면, Z의 정의에 따라 Z는 자기 자신에 속하지 않습니다. 어느 경우이든 모순에 도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Recent posts